붉게 탐하다 1
위태롭던 삶이 어그러진 건 한순간이었다.
혈육의 정까지 바닥에 팽개친 오빠지만 마지막까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몸도, 마음도, 상처로 흔들릴 때 다가온 남자, 인한.
“무서워?”
마주 닿는 눈동자가 잔잔한 듯, 고요하게 흔들린다.
여전히 기묘한 눈동자야. 문득 떠오른 생각과 함께 유리가 흠칫 몸을 떨었다. 다시 미끄러지듯 내려온 인한의 손이 턱을 지나 쇄골을 스치듯 훑었다.
“차유리.”
지독히도 다정한 눈길에서 느껴지는 건 이질감이었다.
질척한 욕망과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아니 무언가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그런 감정이 인한의 눈동자에 넘칠 듯 가득하다.
“이제 좀 무서워졌어?”
무슨 대답을 할까. 무섭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을 텐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낼 상대가 틀렸다는 걸 그는 아직 모르는 눈치다.
“조금은 무섭네요, 조금은.”
유리는 재차 긴장감을 내리누르며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어쩐지 입안이 바짝 탔다. 아직 첫 경험도 못 해 봤는데 무섭지 않으면 거짓말이죠.
이어서 나올 말을 고스란히 삼키며 유리가 아래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툭. 투―둑.
언제부턴가 인한의 손이 그녀가 걸친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고 있었다. 금세 두 번째를 지나 세 번째 단추가 풀렸다.
“이제 어쩔까. 내가 너를…….”
얇은 천에 가려진 봉긋한 가슴골이 드러났다. 유리가 긴장으로 몸을 굳히자 셔츠를 잡은 채, 그가 다시 움직이던 행동을 뚝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