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대공을 길들여버렸다 1
이그란스 제국 중심부에서 벌어진 잔혹한 연쇄 살인 사건.
여섯 번째 피해자의 딸이자 경찰청장인 엘리시타 하펜 공작에겐 진범의 정체를 찾으라는 황명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날, 뒤늦게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은 낯선 남자.
그는 바로 ‘젊은 남녀의 피를 탐하는 은밀한 취미를 가졌’다는 뱀파이어 대공, 알타이르 루테른이었다.
“엘리스 아가씨.”
엘리시타는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애칭에 사고회로가 멈춰버렸다.
다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두 눈동자에 슬픔이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던가요?”
“오랜 시간 기다려왔습니다. 당신과 이렇게 다시 마주할 날을.”
유난히 붉은 입술이 목 언저리에 닿으며 진득한 흔적을 남겼다.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선혈이 알타이르를 자극했는지, 그가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말했다.
“……유일한 나의 반려이시여.”
오로지 그녀에게 길들여진 자의 속삭임이었다.
* * *
그때의 엘리시타는 알지 못했다.
제가 길들인 소년과의 재회가 장차 제국에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왜 저는 기억도 감정도 잃어버린 채 살아야만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