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김외숙 소설가의 내 사랑 나이아가라

김외숙 소설가의 내 사랑 나이아가라

저자
김외숙
출판사
서울문학
출판일
2015-01-01
등록일
2015-05-2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교보문고
지원기기
PC PHONE 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현황
  • 보유 1
  • 대출 0
  • 예약 0

책소개


열정 하나로, 내 나이 쉰하나에 일흔여섯의 캐네디언, 제임스 힐스 목사와 가정을 이룬 그 해 1월에 참 눈이 많이 왔었다. 눈만 뜨면 눈이 오고 길섶으로 치워둔 눈은 내 키를 넘었다.
‘숨 막혀 죽겠구나.’
싸락눈이라도 오는 날엔 자동차를 두고 출근을 하라느니 눈 때문에 교통이 어쨌다느니 하는 뉴스에 익숙하던 내가 어느 날 그 열정에서 깨어 서늘한 정신으로 주위를 살펴보니 눈 때문에 사람이 숨 막혀 죽을 수도 있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에 와 있었다. 눈뿐만 아니라 사람도 말도 음식도 문화도 전통도 관습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어 또 숨이 막혔다. 사람 사는 곳인데 달라봐야 얼마나, 하던 열정은 객기였던가? 가뿐히 넘을 수 있는 것은 내 눈에 하나도 없었다. 살려고 새 짝을 찾아온 내게 이 이상한 나라는 살기 전에 죽는 것을 먼저 강요했다.
‘죽어야 산다?’
살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한다는 이 이상한 논리는 적당히 환상을 기대한 내게 너무 엉뚱하고 가혹한 것이어서 늘 머리맡에다 보따리를 싸두게 했다, 여차하면 떠날 거라며.

보퉁이를 끌어안고 사는 나날이었으니 이 땅이 지닌 매력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이 넓은 나라,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중의 하나로 선정이 될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곳. 바다 같은 온타리오 호수 변의 아름다운 집들이며 나이아가라 강, 강을 따라 길게 펼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요일 오후의 드라이브 길. 아름드리나무들과 동네를 덮는 꽃들, 흔전만전한 과실들이며 아이스 와인. 어디 그것들뿐인가, 친절한 사람들과 캐나다가 지금의 캐나다이기 위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동네, Niagara On The Lake의 크고 작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까지.

보따리에 가려 보이지 않던 이 땅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세월이 좀 지나서였다. 쉰하나와 일흔여섯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조화를 이루려 애쓴 세월이었다. 숨 막히게 하던 눈은 겨울 꽃이었고 달라서 낯설던 것들은 이전에는 본 적도 느낀 적도 없던, 내 글쓰기 작업에 있어서의 매력적이면서도 무한한 광맥이었다.

이 작은 동네가 품고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나는 캐내고 싶다. 캐내어 내 독자들에게 도란도란 들려주고 싶다. 현란한 가게만 잠시 들여다보고 간 관광객들에게, 또는 언젠가는 이 땅을 보기 위해 올 수도 있는 내 땅의 사람들에게 이 동네의 주민으로 살며 보고 느낀 것, 관광객들에게는 여전히 묻혀 보이지 않는 보화 같은 얘기들을 내 방법으로 캐내어 들려주고 싶다. 세계 곳곳에서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생에 한 번은 보거나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은 보석 같은 동네이므로.

그러나 내 얘기는 이 땅의 역사나 아름다운 풍광에만 치우치지 않을 것이고 결코 사사로운 내 삶의 넋두리만도 아닐 것이다. 역사를 품은 환상의 풍경이 있고 이 땅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있고 더러는 사사로운 내 삶도 녹아있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땅은 어느 곳에다 초점을 맞추더라도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어차피 나는 이야기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소설가이므로.

첫 해의 그때처럼, 다시 내려쌓인 길섶의 눈은 내 키보다 높다.
“아, 환상이다!”
다시는 숨 막혀 죽겠다는 말을 뱉지 않는다, 내 숨통을 틀어막던 눈조차도 이 땅에서는 동네를 덮는 겨울의 꽃이므로. 이제는 그 눈꽃이 내 눈에도 보이므로.


Niagara On The Lake에서 소설가 김 외숙

연관도서 연관도서를 소개해드립니다!
저자동일
함께 대출한 도서

    이 책을 대출한 회원이 함께 대출한 컨텐츠가 없습니다.

QUICKSERVIC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