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
좌충우돌 아슬아슬한 모험의 동반자, 토미와 터펜스의 첫 이야기가 펼쳐진다.
토미 베레스퍼드와 터펜스 카울리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각자 전장에서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된다. 돈도 떨어지고 직업도 없는 젊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청년 모험가 회사'를 차리는데, 우연히 제인 핀이라는 여성을 찾는 수상한 인물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호기심에 제인 핀에 대한 정보를 찾는 광고를 내고, 자신을 카터 씨라고 소개한 정부 관계자로부터 제인 핀과 사라진 극비문서, 영국을 뒤집어놓을 혁명을 계획하고 있는 국제적인 범죄자, 브라운 씨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주인공은 제인 핀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카터 씨의 의뢰를 받아 비공식 비밀요원으로서 첫 일을 개시한다. 역시 제인 핀을 찾는 미국인 부호 청년, 냉철한 범죄 전문 변호사 등 개성이 강한 주위 인물들과 얽히며, 브라운 씨가 이끄는 수수께끼의 조직과 제인 핀의 비밀을 파헤치는 모험이 시작된다.
에르큘 푸아로, 제인 마플과 더불어 크리스티 여사가 창조해낸 캐릭터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터펜스와 토미가 활약하는 시리즈의 첫 편. 토미와 터펜스는 청년 시절부터 결혼해서 노부부가 되기까지 함께 활기차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부부 탐정이다.
토미와 터펜스 시리즈는 추리소설 장르에 경쾌한 분위기와 재기발랄한 입담을 더해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독자층에게까지 널리 사랑받은 작품이다. 특히 ‘비밀결사’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시절의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며 감정을 주고받다가 애정이 싹트는 로맨스 요소를 더해 시리즈의 첫 신호탄을 화려하게 쏘아 올린다.
[책 속 한 구절]
“우리는 정통적인 방법은 모조리 시도해봤잖아. 그러니까 이제 정통적이지 않은 방법을 시도해 봐야지. 토미, 우리가 모험가가 되는 거야!”
“좋아. 어떻게 시작할까?”
토미가 쾌활하게 대꾸했다.
“그게 어려운 점이야. 우리가 널리 알려지면, 사람들은 범죄를 대신 저지르게 하기 위해 우리를 고용할 테니까.”
“재밌겠군. 게다가 성직자의 딸한테 말이지!”
토미가 논평을 늘어놓았다.
“도덕적 죄책감은 그들이 가져야지. 내가 아니야. 자신을 위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것과 훔치도록 고용되는 것이 다르다는 건 인정해야지.”
터펜스가 지적했다.
“붙잡히고 나면 전혀 다를 게 없거든!”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난 잡히지 않을 거야. 아주 영리하니까.”
“넌 항상 겸손해서 탈이란 말이야.”
토미가 말했다.
“놀리지 마. 토미, 우리 진짜로 해보지 않을래? 공동회사를 설립할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회사?”
“그건 예시일 뿐이고. 뭐라고 하더라… 장부를 기록하는 거야.”
“뭔지 몰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난 해봤어. 하지만 항상 헷갈려서 대변과 차변을 바꿔서 기입했지. 그러다가 해고당했고. 아, 그래. 합작 회사야! 곰팡내 풀풀 나는 오래된 책을 읽다가 마주치는 낭만적인 말처럼 들리는걸.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풍이랄까. 갤리온(주: 스페인의 대형 범선)이니 더블룬(주: 스페인 금화)이니 하는 말처럼. 합작 회사라!”
“청년 모험가 회사라는 이름으로 무역을 하자고? 그게 네 생각이야, 터펜스?”
“비웃어도 상관없지만, 뭔가 느낌이 좋단 말이야.”
“우리를 고용할 사람들과는 어떻게 접촉하려고 그래?”
“광고를 내야지.”
터펜스가 즉각 대답했다.
“종이랑 연필 가지고 있어? 남자들은 보통 가지고 다니는 것 같더라. 우리 여자들이 머리핀과 분첩을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토미가 좀 낡은 녹색 수첩을 건네어주자, 터펜스가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젊은 장교, 전쟁에서 두 차례 부상…’”
“절대로 안 돼.”
“아, 알았어. 하지만 그런 걸 써넣어야 나이든 미혼 여성의 심금을 울려서 널 입양하게 되고, 그러면 아예 네가 젊은 모험가가 될 필요도 없어지잖아.”
“난 입양되고 싶지 않거든.”
“네가 입장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걸 깜빡했구나. 그냥 널 놀려본 거야! 이런 광고는 별별 내용으로 가장자리까지 꽉 채워져 있으니까. 그럼 들어봐. 이건 어때? ‘두 젊은 모험가가 돈을 받고 일해드림. 무슨 일이든 하고, 어디로든 감. 충분한 보수 중요.’ (처음부터 이 점을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어.)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도 괜찮겠어. ‘적당한 제공을 거절하지 않음.’ - 아파트나 가구 같은 것 말이지.”
“그 광고를 보고 연락하는 사람이 제공할만한 건 전혀 적당하지 않을 것 같은데!”
“토미! 넌 천재야. 그게 훨씬 더 멋있다. ‘보수가 충분할 경우, 적당하지 않은 제공을 거절하지 않음.’ 이건 어때?”
“보수 얘기를 두 번이나 쓰지 않는 게 좋겠어. 돈을 너무 밝히는 것 같잖아.”
“내 진짜 심정에 비하면 그다지 밝히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