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스 얼굴기행
?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정체불명의, 흐물흐물, 휘청휘청, 혼종혼성, 이종격투기적인 글
잡담이라고 해야 할까, 스토리라고 해야 할까. 마치 자유롭게 두서없게 잡담하는 듯한데, 그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하기에는 매우 자유분방하다.
그래도 굳이 불러야 한다면 스토리 혹은 잡담글이라고 부를 만하다. 저자는 그것을 자유로운 틀 안에서 다양한 상상의 결이 얽힐 수 있도록 한 배려라고 말한다. 소설적 상상, 인문학적 상상, 인체구조학적 상상 등 흔히 잘 섞이지 않는 상상들을 조합하여 엉뚱하고 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술집 토크 같고 찜질방 토크 같다. 예를 들어 술 취한 모든 아저씨들은 왕년에 17대 1로 싸운 경험이 있고, 동네 아주머니들 입담 속에서 누군가는 ‘~카더라’ 통신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짧은 글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쓰고, 이에 대한 지식 문화계의 장벽이 낮을 때 지식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진단과 연구의 과정에서 파생한 예시 중 하나라고 한다.
이 글은 흔히 일컫는 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글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이 글은 다르다.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이 글의 가치는 충분하다.
? 잡담글 형식 안에서 인체를 소재로 한 삶과 사랑 이야기
이 책에서는 인체 중 특히 얼굴이라는 부위를 중심으로 다양한 삶과 사랑을 자유로운 여행을 하듯 풀어냈다. ‘사랑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를 프롤로그로 두고 시작된 이야기는 얼굴을 일주한다. 마치 얼굴이라는 소우주를 여행하면서 얼굴의 의미를 신화적으로, 혹은 일상적으로 풀어내면서 우리네 삶을 넌지시 말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진지하다기보다는 엉뚱하다. 때로는 황당하기도 하다. 그래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 이야기의 정서는 대체 무엇인가?
그러나 그 엉뚱한 정서와 사건 역시 삶과 사랑에 관한 우리의 한 단면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이야기는 황당하게 더러운 신화와 기발한 설정의 부부싸움 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사진의 잘리는 의미와 눈부심의 의미를 끄집어내는 잡담글에서는 뜻밖에 진지한 면모도 드리워져 있다.
그래도 이 책의 매력은 ‘눈썹의 일급비밀’, ‘가화만사성 하면 세계대전 없다’, ‘다크서클이 훌륭해’ 등과 같이 만화적인 설정으로 끝 간 데 없는 허풍을 천연덕스럽게 떨면서 우리네 일상을 신화로도 만들고, B급 무비로도 만드는 것에 있다.
항상 진지하고 문학적이며 철학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문학적이며 철학적인 소재로도 황당한 잡담을 즐길 수 있다고 이 책에서 말해주는 듯하다.
지금부터 글쓰기 마니아 이원희 작가의 이상한 글쓰기, 그의 이상한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얼굴에 관한 인문학적 소담들을 가로지르며 멋대로 상상하라! 춤추듯 혹은 노래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