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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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았으나 상처받지 않는 고양이,
내버려진 삶을 덤덤하게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66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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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의 험난한 여행에서 삶의 위로를 발견하다
“언덕길을 올라가던 노인은 언덕배기 즈음에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멀리 저쪽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자못 바쁜 듯 지나갔다. 노인은 멍하니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일어나서 다시 돛대를 둘러메고 언덕길을 올라갔다.”(≪노인과 바다≫ 중에서)
모두 잠든 새벽 힘겹게 돛대를 둘러메고 고기잡이를 나서는 어부를 배웅하는 것은 길 위에 사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어부 노인에게 마치 혼자가 아니라는 듯 외로움을 덜어주고는 무심한 듯 지나간다. 처음 찾아가는 오래된 바닷가 마을에서 낯선 여행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길 위에서 마주치는 고양이. 동네의 낡은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언제부터 그곳 주인이었는지 모를 고양이가 눈을 맞춘다. 조용한 카페의 햇살이 비쳐 드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늘어지게 한잠을 자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잠시 쉬어 가고 싶은 어느 시점, 어느 공간에서 늘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에 밀려들어온 여행자를 반기지도 밀쳐내지도 않는다. 일상에 지쳐서 잠시 주저앉은 자리에서, 관계의 버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여행길에서 눈이 마주친 고양이에게 알 수 없는 위로를 얻게 되는 것은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상이 된 길 위에서의 험난한 여정을 덤덤하게 살아내는 고양이를 보면서 우리의 삶 또한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사람과 길고양이가 서로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홀로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는 때때로 외롭고,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 길고양이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는 비어 있어 채울 것이 많다.”
길고양이의 삶과 인간의 삶은 다르지 않다
매년 버려짐으로써 원치 않는 길 위에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고양이는 2만 마리.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어디선가에서 툭 튀어나오거나 지나가는 길목을 막아서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고양이는 때로는 도시민들의 천덕꾸러기이자 애잔한 마음을 건드리는 존재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단 3년, 평생을 길 위에서 험한 여정 같은 짧은 생을 살다 가지만 그들은 불평을 하거나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고 덤덤하게 살아낸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일하고 경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물을 뒤지는 길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음을 느낀다. 길고양이나 사람이나 늘 삶이라는 위험 속에서 놓여 있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치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쉽게 다가와 손을 내밀지 않는 당당함을 가지고, 햇볕이 따사로운 날이면 한껏 늘어지며 여유를 부릴 줄 안다.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싶지만 그러기에 쉽지 않은 삶의 방식을 고양이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길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길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
“너무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너무 멀지는 않게, 상처받을 걸 두려워하지는 말되 무작정 시도하다가 다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그런 삶이 길 위에 있다. 힘든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다. 넘어지고 흔들려도 좋지만 현실에서 도망치지는 말고, 현실의 평범한 굴곡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