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흑역사
교활한 살인 무기에서 불꽃을 점화하는 크리놀린까지
옷은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역사 전반에 걸쳐
죽음, 질병 및 광기의 원인이었다!
옷은 우리를 보호하고 가려주고 편안함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지만, 겉보기에 무해해 보이는 옷들 사이에서 수은이 섞인 모자, 비소로 가득 찬 드레스, 말 그대로 ‘치명적으로 화려한’ 가운을 발견하게 된다. 놀랍도록 섬뜩하고 흥미로운 이 책은 신화와 현실 속에서 발견되는 패션의 역사를 되짚는 매혹적인 여행으로 안내한다. 옷이 그것을 만들고 입는 사람들을 어떻게 괴롭히고 그 과정에서 동물과 환경에 어떻게 해를 끼쳤는지를 탐구하며 패션의 어두운 이면을 밝힌다.
『패션의 흑역사』는 특히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영국과 프랑스, 북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인체의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기계적으로 변형시킨 패션이 유행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당시에 옷 좀 입을 줄 안다고 자신하던 우아한 이들은 건강보다는 외모를 우선시하였다. 위태롭게 하이힐을 신은 여자들은 넓은 후프 스커트를 펄럭이며 휘청댔고, 꽉 끼는 부츠를 신은 남자들은 무거운 펠트 모자를 쓴 채 빳빳하게 풀을 먹인 칼라에 목이 조였다. 시대의 사회경제적 압박의 산물인 이 ‘고상한 패션’은 제작자와 착용자 모두에게 고통과 병마, 그리고 물리적 통증을 인내할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모두 패션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19세기 초까지 남녀 모두 불편한 패션의 희생양이었다. 물론 남성과 달리 여성은 비이성적이고 거추장스러운 패션을 강요받았다. 패션은 여성의 신체를 옥죄어 공적인 자리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방해했으며 나아가 건강을 해치게 만들었다. 또한 패션은 옷을 입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도 물리적인 해악을 끼쳤고, 대지와 공기, 물 그리고 자연의 모든 동식물에도 오랫동안 피해를 입혔다. 모두 시대가 가한 압박이 원인이었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찾아내어 지속 가능한 건강한 패션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이 꼭 참고해야 할 자료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