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존재의 조건을 찢는 자들!’
자본과 현실의 속살을 파헤친 신창용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시간과 역사에 대한 의혹의 염과 함께, 그 부정의 시대적 주인공으로서의 ‘돈’의, 인간의 모든 고민과 지혜조차 무력화하는 괴력으로서의 ‘자본’의 함의에 생각이 머물다가 이 소설은 비롯되었다. 소설의 인물들은 저마다 가진 자신 존재의 조건으로부터 몸살을 하고 있다. 저마다 존재의 조건에 앙탈하며 생존·인정의 투쟁에 나선다.
‘1%의 갑과 99%의 을’이라는 지형도의 고착화, 공무원과 같은 창의성과는 거리가 있는 직종의 선호, 중산층의 축소와 극심한 양극화, 일자리 부족과 갈 곳 없는 청년의 긴 그림자, 비정규직·계약직의 일반화, 제 살 까먹을 뿐 출구가 없는 자영업, 여전한 길고 긴 근로시간과 스스로 제 모가지를 버리는 일들, 결혼과 출산의 두려움, 가족해체의 끝장을 보는 독거노인의 급증, 노령화의 질주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사회적 계급으로 규정지어버리는 기능으로 전락한 지 오래된 교육, 화려한 외피를 입은 채 자기검열로 조각난 대화들의 범람, 지역과 계층과 세대의 불신과 분열, 괴담과 혼란스런 정보로 몸살을 하는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현재의 고통과 사회안전망이 없는 미래의 불안, 부자나라와 가난한 시민, 모든 가치를 규정해버린 돈… 저 무거운 부정의 지시어들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며, 어찌해야 하는가?!
역사의 시간은, 진화의 과정이 아니라, 다만 반복을 향한 변주에 지나지 않는가? 역사의 어두운 궤적을 읽어온 인문주의자들의 차가운 이해가 괜한 염세의 비아냥거림만은 아니었다는 건가? ‘객관적 누림이 아닌 상대적 비교를 통한 나의 규정성’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질병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그 규명이 부족한, 또는 세계의 운명이듯이 단지 욕망의 값으로만 규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인간을 체포하고 있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