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서늘한 봄날 오후,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자리 잡은 파리 식물원의 후문으로 들어서면 동상으로 영원히 남게 된 18세기와 19세기의 프랑스 과학자를 만날 수 있다. 좌대 위에서 사색에 잠긴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는 사람은 식물학자이자 동물학자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 동상 앞에는 불어로 “진화론의 창시자”라고 적혀 있다. 찰스 다윈이 그런 칭호를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방문자들에게는 혼란스러운 내용이다. 그러나 뒤로 돌아가면 한 젊은 여성이 슬플 표정으로 의자에 주저앉아 슬픈 표정의 늙은 라마르크에게 손을 뻗어서 위로하는 청동 부조가 있다. 이 여성은 “후세 사람들은 아버지를 존경할 거예요. 후세 사람들이 아버지의 한을 풀어줄 거예요.”라며 그를 달랜다. (본문 p.55)
‘통섭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저널리스트 스티븐 풀의 생각에 대한 생각, 사상에 대한 사상, 권위와 옳고 그름, 진리와 오류에 대한 우리의 모든 생각을 둘러싼 ‘태도’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인간의 짧은 시야를 뛰어넘어 오랜 시간 비웃음당하고 헛소리 취급받았던 비즈니스, 역사, 문화, 과학, 의학, 군사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새로운 주장들과 발견들이 훗날 타당성을 인정받거나 혁명적인 것으로 판명된 놀라운 사례들이 담겨 있다.
역사는 언뜻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고, 운 좋은 이의 행운으로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고 트렌드가 되는 것 같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오늘날 최신 유행이라고 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 어떤 맥락에서 재발견되고 재가공되어 특정한 시대적 마인드가 놀라운 흐름과 패턴을 만들어낸다는 것임을 뚜렷하게 짚어볼 수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의 심리치료의 주류가 된 고대 스토아 철학, 이미 200년 전 용도 폐기된 줄 알았던 전기차의 부활, “인류 역사상 가장 멍청한 철학”으로 평가받던 범심론의 극적인 도약, 첨단 비즈니스 방법론으로 다시 부각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철학, 핵전쟁을 억제한 군사학으로 다시금 평가받고 있는 손자병법….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모든 낡은 생각에서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낸 수많은 ‘생각에 관한 통찰’이 녹아 있다. 비즈니스 관점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필요한 그 어떤 사람들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저자소개
“그의 눈을 거치면 세상이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린다.” 그에 대한 인물평에서 드러나듯이, 그에게는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통섭의 천재”라는 칭호가 뒤따른다. 1972년 런던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석학으로, <가디언>, <인디펜던트>, <뉴 스테이츠맨> 등 유수의 매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문화와 비즈니스 등에 관한 다양한 글을 써왔다. 주로 기존의 관념들을 뒤집어보거나 다르게 보거나 하는 독특한 시선과 날카로운 지성을 결합한 글쓰기에 집중해왔다. 특히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을 펴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는 정치인의 언어를 다룬 『언스피크Unspeak』와 비디오게임을 미학적 차원의 논의로 끌어올린 『트리거 해피Trigger Happy』가 있다. 세계적인 문학 축제인 시드니 작가 페스티벌(2006)과 비엔나에서 열린 게임 컨퍼런스(2008)에 초청받아 기조연설을 했으며 BBC 다큐멘터리에 고정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_재발견의 시대
제I부 * 명제THESIS
옛것의 충격 새로운 환경이 오래된 생각을 요구할 때 기마대의 부활 | 옛것의 역설 | 부활한 스토아 철학
빠진 조각 어떻게 오래된 아이디어는 새로운 조각의 발견을 통해 다시 유효해지는가. 되살려낸 베를린 장벽 | 다윈보다 50년 더 앞선 진화론 | 빠진 조각과 블랙박스
게임 체인저 혁신은 오래된 아이디어를 다른 맥락에서 되살릴 때, 오래된 말을 새로운 게임에서 활용 할 때 이뤄진다. 냉전의 한가운데에 선 손자병법 | 베이컨과 비즈니스 | 미지로 향하는 탐사선 | 마약의 효용
아직도 멀었나요? 오래된 아이디어는 태도를 바꿔야만 비로소 타당하게 여겨질 수 있다. 전자담배의 귀환 | 2,000년 전의 원자 가설 | 왜 곤충을 먹지 않나요 | 해군 장성이 낳은 아이폰
제II부 * 반명제ANTITHESIS
태양(들) 아래 새로운 것 모든 아이디어가 이전에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 외견상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아이디어도 일반적으로 평가받는 것보다 더 많은 과거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는 약간의 추를 되돌릴 때 | 환영할 수만은 없는 재고 | 핵무기와 게임이론 |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 | 우주 밖에 무엇이 있을까 | 돌고 도는 우주론 | 반증 불가한 이론 | 다시 플라톤으로
아직은 모르는 일 어떤 아이디어는 확증할 길이 없어도 계속 되돌아온다. 범심론의 부활 | “인류 역사상 가장 멍청한 시각” | 우리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 | 장발인 사람들의 관점 | 마음의 블랙박스 | 상식을 거스르는 생각 | 세기를 건너뛴 유대감 | 아이디어가 다시 살아나는 이유
좀비들이 공격할 때 때로 아이디어는 분명 죽은 상태여야 할 때 되살아난다. 좀비 아이디어의 부활 | 세계는 평평하다 | 음모론 시장 | 진실은 저 너머에 | 재연 혹은 소멸 | 부정적이지만 유용한 결과 | 반론이 유의미한 이유 | 아이디어 시장의 변방에 서라
틀리는 법 그러나 틀린 아이디어가 되돌아오는 일은 아무 아이디어도 없는 것보다 낫다. 틀린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 더 나은 생각의 조건 | 원칙에 맞선 괴짜들 | 패러다임이라는 장벽 | 되살려낼 가치 | 탐구의 디딤돌 | 다시 틀리다
플라세보 효과 어떤 오래된 아이디어는 너무나 강력해서 옳은지 여부도 중요치 않다. 플라세보 아이디어 | 모호한 힌트에 대한 재구성 | 정신은 어떻게 작동할까 | 불확정성 원리 | 나를 기쁘게 해주오 | 말의 실효성 | 정말 그런 것처럼! |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제III부 * 예측PROGNOSIS
돌아온 유토피아 어떤 오랜 아이디어를 되살려서 바로 지금 이 세상을 개선할 수 있을까? 기본소득으로의 회귀 | 게으른 빈자들 | 무상 복지 논란 | 알고 보면 단순한 생각 | 역사상 최고의 아이디어 | 유토피아의 귀환 | 안 될 것은 없다
선악을 넘어 다시 살필 만한 가치를 지닌 과거의 나쁜 생각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지닌 어떤 생각들이 후대에 끔찍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불가촉 아이디어 | 더 낫고자 하는 욕망 | 우생학의 아버지 | 생명윤리에 관한 다른 생각 | 미래의 충격 | 운전대에서 손을 떼시오 | 아이를 가질 권리 | 인구 정책에 관한 재고
확신하지 말아요 오늘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또한 생각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재고해야 할까? 행복한 회의론자 | 단정하지 않기 |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 터무니없는 생각들 | 편견을 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