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華舞) (전2권)
‘저까짓 계집이 무엇이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외면하던 그가 다시 어느새 시선을 돌려 그녀의 흐트러진 저고리 사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그는 얼른 손을 뻗어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시선을 들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때가 아니면 그가 이런 감정을 품고 그녀를 오롯이 바라볼 수 없었다. 이런 표정으로 그녀를 본다면 아마 맨 정신의 그녀가 되레 그를 놀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왜 점점 그녀가 눈에 밟히고, 마음 쓰이는 것일까? 게다가 수천 년간 침묵을 지키던 육욕마저 눈을 뜨고 들소 떼처럼 요동을 쳐댔다. 하나의 감정으로도 정신이 아뜩한데, 여러 개가 동시에 찾아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는 대체 무엇이냐?’
왜 갑자기 나타나 평화롭던 그의 내면에 파문을 일으킨단 말인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도 비랑의 몸에서 나는 체향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그녀의 머리통을 들어 팔베개에 눕히고 그녀의 곁에 바싹 누웠다. 포근한 살결이 단단한 암벽 같은 그의 살에 닿자 몸의 체온이 급격히 치솟았다.
‘누가 이기나 보자!’
잘 잘 것이다. 보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