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1
진실한 승부가 사라진 세상에진정한 ‘승부’를 열망케 하는 소설!『승부』는 온전하고 진실한 승부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 시대에 진정한 승부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질문하는 소설이다. 승부의 참다운 모습은 외면당한 채 오직 이기는 것만이 승부의 절대적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고자 작가는 바둑이라는 웅장한 투혼의 장을 기획한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낳은 4대 기성(棋聖) 여목 이상순과 그의 제자 설숙, 추평사, 그리고 추평사의 아들 추동삼, 이들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조선의 자존심을 걸고 대륙과 섬을 넘나들며 펼치는 파란만장한 승부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새는 새장을 벗어나야 님을 찾고, 고기는 통발을 물리친 후에야 대해로 나아가며, 승부사는 승부를 떠나야 진정한 승부사가 된다”는 작가의 말은 『승부』 전편에 장엄하게 흐르는 기상이다. 바둑으로 펼쳐진 뜨거운 삶, 삶으로 은유된 위대한 바둑이 실로 『승부』의 서사인 것이다. 진정한 승부사보다 사이비 승부사들이 득실거리는 지금, 독자들은 『승부』라는 매우 뜨겁고 지독히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어, 승부의 도(道)를 음미하는 한편으로 진정한 승부를 열망하는 소중한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견화가 박민수는 은퇴한 대국수(大國手) 정명운의 초상화를 부탁받고 그의 집에 드나들다 당대의 명반 벽송을 발견한다. 정 국수는 박 화백에게 떠돌이 기객 추동삼을 찾아 벽송을 돌려줄 것을 부탁하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난다. 이후 추동삼을 찾는 과정이 장구한 소설의 여정, 승부란 무엇인가를 묻는 길고 긴 여정이다. 추동삼과 정명운의 스승은 조선 근대 바둑의 마지막 명인 설숙이고, 설숙의 스승은 구한말을 살아낸 여목이다. 청년국수 여목은 대원군의 조속한 생환을 위해 조선에 들어와 있던 청나라 대신 원세개와 바둑으로 한 판 승부를 벌이며 그와 교분을 트게 된다. 그리고 십 수 년 후 원세개의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간 여목은 중국전역을 종단하며 대륙의 고수와 명인들을 차례차례 굴복시키고 조선바둑의 위상을 확립한다.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여목은 바둑도장을 만들어 조선 땅에 기도를 보급하고 준재들을 양성하는데, 막역지우인 설숙의 조부 소담의 집에서 여목은 노비의 아들로 있던 소년 추평사를 만나고 그를 제자로 맞게 된다. 평사는 입문한 지 몇 년 만에 뛰어난 기재로 스승 여목의 총애를 받고 여목도장의 실질적인 후계자가 되지만, 삼일만세운동이 터지고 얼마 후 조선에 내려온 일본 바둑꾼들의 분쟁에 휘말려 억울하게 스승으로부터 파문을 당한다.그 후 여기저기를 떠돌던 추평사는 일본으로 건너가 정식으로 승부사의 길을 걷지만 예기치 못한 불운을 맞고, 조선에 두고 온 그의 여인 화정은 아들 동삼을 혼자 낳고 세상을 떠난다. 간신히 조선 땅을 다시 밟은 추평사는 아들 동삼을 설숙도장에 맡기고 비극적 생을 마치며, 이후 동삼은 아버지와는 살짝 다른 궤도로 자신만의 승부의 세계를 펼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