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우주
우리는 왜 떠나고 싶어지는 걸까. 일상에서 부딪다 보면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이유로 완전히 떠날 수는 없으니 대신 우리는 여행을 한다. 이 책은 더 잘 머물기 위해 틈틈이 낯선 곳들을 유영하는 한 사람의 기록이자, 낯설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다.
〈여행에미치다〉 PD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만큼 여행에 진심인 저자 정영한은 그토록 꿈꾸던 MBC 아나운서가 돼 보통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고, 한정된 비용을 살뜰하게 쓰며 여행을 다닌다. 그에게 여행은 그저 여유로운 취미 생활이 아니다. 간절히 꿈꿔 왔던 소망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지는 자신을 다잡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찾은 자신만의 방법이다.
어머니와 단둘이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어렵게 보낸 어린 시절부터, 꿈을 이뤄 기뻐했던 시간들을 지나 노력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30대 직장인으로서의 고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들은 여행과 함께라 홀가분하고, 직접 찍은 장면들이 더해져 더 선연하다. 여행을 거듭하며 낯선 사람들과 환경을 만날수록 그가 느끼는 건 낯선 이 도시가 누군가에게 삶의 전부이듯, 떠나온 만큼의 거리엔 나의 도시가 있다는 사실이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나와 우리 모두에게도 각자의 우주가 있다는 걸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아 간다.
삶이 고단할 때는 한 발짝 떨어져 이방인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여행을 할 때나 여행이 필요할 때,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우주를 떠올릴 수 있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