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저자
리옌첸
출판사
현대지성
출판일
2021-08-12
등록일
2021-11-25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2KB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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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뼈를 통해 죽음과 삶, 미래를 마주하다
“생명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죽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
-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는 ‘무덤’에 대한 인식이 남들과 달랐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여읜 그녀는 무덤 앞에서 어머니가 남긴 책을 읽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무덤은 차갑고 생명력 없는 장소가 아니라 어머니와 감정적으로 교류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메리 셸리에게 어머니의 부재는 그저 슬픔으로만 남지 않았다. 죽음을 직시하고 수용함으로써 작가로 성장하는 원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법의인류학자인 저자도 마찬가지다. 인류학, 법의인류학, 법의고고학을 공부하면서 다진 탄탄한 지식에 현장을 뛰어다니며 쌓은 경험이 더해지면서 죽음과 삶을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 저자는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사인을 규명하는 일, 엄정한 분석을 통해 법정에서 쓰일 증거를 확보하는 일, 고인의 마지막 순간이 어땠는지 듣기 위해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에 답하는 일이 모두 법의인류학자의 의무이자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법의인류학자가 바라본 진실
“뼈는 우리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증인으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고한 법의인류학자 클라이드 콜린스 스노우의 말이다. 법의인류학자는 이미 부패하거나 완전히 뼈만 남은 유해를 분석해서 자연사인지 사고사인지 혹은 자살이나 타살인지 알아낸다. 사인이나 신원을 비롯해 생전의 사소한 습관까지도 뼈만 남아 있다면 예리한 눈으로 판별해낼 수 있다.
기괴한 사망 사건과 공업화가 낳은 중금속 중독, 북서 항로 탐험대의 실종 사건, 케네디 대통령 암살, 타이타닉호 침몰, 페루에서 발견된 외계인 미라…. 저자는 법의인류학자의 관점으로 뼈에 얽힌 역사 속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며 고대인들의 병리 현상, 세계 각지의 장례와 유골 문화 등을 살펴본다. 그리고 사막에 흩어진 유해와 집단 무덤에서 발견된 백골 등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로 방치된 사람들의 존재를 일깨우며 우리가 삶과 죽음의 세계를 색다른 시각으로 통찰하도록 이끈다.
뼈 너머의 사람에 주목하다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은 6.25 전쟁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해서 유족에게 알려주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유해를 찾아 신원을 밝혀내는 작업도 이어진다. 그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테러 집단에게 죽임을 당해 집단 무덤에 묻힌 사람들,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사막에서 죽은 사람들, 강제 노역을 하다가 숨진 사람들 등 억울하게 잊힌 사람들의 신원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안타깝긴 하지만”이라는 구실로 외면당한 희생자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재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미 죽은 사람을 찾아 무엇하냐고,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국제적십자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유족에게는 실종자의 마지막 순간을 제대로 마주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야만 남은 생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뼈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낸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인의 권리를 뒤늦게나마 찾아주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우리와 후세를 위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죽은 이들 목소리를 대신 전해주고 그들과 유족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자 오늘도 법의인류학자들은 ‘뼈의 방’을 떠나지 않고 있다.
죽은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야
내 권리도 지킬 수 있다
고작 수백 달러만 주면 사람의 뼈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들이 있다. 대부분 매매가 허가되지 않은 유골들이다. 인도에서는 종교적ㆍ사회적 이유로 시체를 갠지스강 같은 곳에 흘려보내고 부패하도록 놔두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들은 연구용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면서 시체를 몰래 훔쳐 간다. 대중에게 해부학 지식을 알려줄 목적으로 열리는 전시회도 시체의 출처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살다가 존엄하게 죽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열악한 노동 환경, 정보 격차, 성 불평등 같은 문제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내 몸과 내 삶의 주체성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을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헛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없도록 고군분투한다. 불공정한 대우나 핍박을 받았던 사람의 유골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다. 이것이 저자가 고인을 애도하는 방식이며 뼈와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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